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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다시 본 영화 반도 (좀비, 질주, 희망)

by AlphBlog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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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포스터
영화 반도 포스터

 

넷플릭스를 켜고, 오랜만에 '반도'를 다시 틀었다. 처음 봤을 때보다 더 허전한 마음으로, 더 조용한 밤에. '부산행'의 후속작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점점 더 고립된 현실 속에서 살고 있어서일까. ‘반도’는 좀비라는 공통된 껍질 안에서 아주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 피와 질주, 고립된 한반도라는 설정은 여전하지만, 이번엔 그 안에서 '사람이 남긴 흔적들'을 더 많이 보게 됐다. 커다란 액션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의 잔해들. 처절한 외면보다 애써 참는 내면. 이 영화는 어쩌면 생존의 이야기보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나를 끌어당겼다. 넷플릭스로 다시 본 ‘반도’는 더 이상 스릴이 아닌, 어떤 잊지 못할 얼굴의 조각처럼 느껴졌다.

영화 반도의 줄거리 요약

영화 ‘반도’는 ‘부산행’으로부터 4년이 지난 후의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나라 전체는 완전히 고립됐고, 남겨진 땅은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반도’가 되었다. 주인공 정석은 과거 가족을 잃은 상처를 지닌 채 홍콩에서 살아가지만, 우연히 막대한 돈이 실린 트럭을 되찾는 임무를 맡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온다. 목적은 단순한 회수였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살아 있는 좀비만이 아니라, 사람들 또한 살아 있었다. 망가진 군인들, 무정부 상태의 도시, 그리고 그 속에서도 여전히 생명을 지키려 애쓰는 아이들. 정석은 어느 순간, 그 임무보다 중요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생존이 아니라 구원, 돈이 아니라 사람. '반도'는 그렇게 액션 영화의 외형을 쓰고, 내면의 선택과 속죄를 이야기한다.

명장면과 등장인물 분석

‘반도’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건 아이들이다. 어린 유진은 드론을 조종하고, 폐허 속을 질주하는 트럭의 운전석에 앉아 있다. 나는 그 장면에서 말문이 막혔다. 아이가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훈련되어야 했다는 현실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준이 역시 마찬가지다. 총을 쥐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그 눈빛.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성장해야만 하는 상황. 정석은 과거를 등에 지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처음엔 무기력하고, 목적 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만남은 그에게 생명감을 불어넣는다. 무너졌던 마음이 다시 움직이고, 과거를 바로 마주하려는 용기를 준다. 악역인 631부대는 좀비보다 훨씬 더 잔혹하다. 그들이 벌이는 인간 사냥 게임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무너진 인간성’의 극단을 보여준다. 명장면은 단연, 폐허 속 카체이싱이다. 미로 같은 거리, 굉음과 파편, 좀비와의 질주. 하지만 그 장면이 강렬한 이유는 스펙터클 때문이 아니라, 그 트럭 안에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질주는 단지 도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감정의 표현이다. 화면을 뚫고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결말 해석

영화는 마지막에 정석에게 선택을 남긴다. 헬기를 타고 떠날 수 있었던 그는, 끝내 다시 땅을 향해 발걸음을 돌린다. 처음엔 의문이 들었다. 왜 돌아가? 왜 다시 위험 속으로? 하지만 그 질문은 곧 꺾인다. 정석은 자신을 구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를 구하는 사람이 되려 한다. 그것이 그가 이 반도에 다시 들어온 진짜 이유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유진이 드론을 띄워 정석의 존재를 알릴 때, 나는 그 작은 기술에 담긴 희망에 울컥했다. 살아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신호, 그 사실 하나가 생존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구조는 단지 물리적인 구출이 아니라, 정석이 자신의 과거를 용서받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마지막까지 도망치고, 누군가는 끝내 돌아온다. ‘반도’의 결말은 그 차이를 조용히 들려준다. 그리고 그 차이가 사람을 만든다.

 

넷플릭스에서 다시 본 ‘반도’는 처음보다 훨씬 더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더 많은 액션이 있었지만, 나는 그 안에서 더 깊은 고요를 느꼈다. 무너진 도시 위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감정들. 아이들이 보여준 용기, 정석의 변화, 그리고 누구도 구해주지 않는 세상에서 서로를 붙잡으려 애쓰는 손들. 이 영화는 완벽하지 않다. 빈틈도 있고, 감정의 밀도가 고르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진심이 느껴졌다. 완벽함보다 중요한 건 진심이라는 걸, 이 영화는 말없이 보여준다. 넷플릭스를 통해 이 작품을 다시 만난 지금, 나는 단지 좀비 영화를 본 게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다시 꺼내본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기록 속에서 문득 나 자신을 마주했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질문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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