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살인자ㅇ난감’은 평범해 보이는 한 청년이 살인을 저지른 뒤,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혼란을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 작품은 죄책감이 없는 주인공, 수상한 이웃, 그리고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라는 세 인물을 축으로,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과 도덕적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독특한 톤과 스타일, 그리고 반전이 거듭되는 전개로 인해 기존의 범죄 스릴러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죄책감이 없는 살인자의 탄생
주인공 이탕(최우식)은 얼떨결에 살인을 저지르고도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누군가를 죽였음에도 밤에 잠을 잘 자고, 밥맛도 떨어지지 않으며, 놀랍도록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당황한 그는 도심을 떠나 외곽의 허름한 고시원으로 이사한다. 새 출발을 하고 싶었던 그의 바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탕이 새롭게 살게 된 고시원 맞은편에는 묘하게 수상한 인상의 남자 양식(이희준)이 살고 있다. 양식은 처음부터 이탕에게 말을 걸고, 그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점점 다가오는 양식의 말과 행동은 단순한 이웃의 관심이라기보다는 위협에 가까워진다. 마치 이탕이 저지른 살인을 알고 있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이탕은 심리적으로 점점 더 압박을 받는다.
한편 이 지역에서는 계속해서 미해결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고, 이를 추적 중인 베테랑 형사 장난감(손석구)은 수사의 촉을 따라 이탕과 양식을 주시하기 시작한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장난감은 이 사건 뒤에 단순한 범인이 아닌, 훨씬 더 복잡하고 섬세한 심리 게임이 숨어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이탕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 정체를 알 수 없는 양식, 그리고 끈질기게 쫓아오는 형사 장난감 사이에서 갈등하고 혼란에 빠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점점 도덕적 기준과 본성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른다.
블랙코미디 스릴러의 경계 실험
‘살인자ㅇ난감’은 제목부터 장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이야기 전개는 무겁지 않다. 오히려 블랙코미디 특유의 유머와 냉소가 전반에 깔려 있어, 관객은 웃어야 할지 긴장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지점을 계속 오간다.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최우식과 이희준, 손석구 세 배우의 연기 대결이다. 최우식은 죄의식이 없는 청년이라는 어려운 역할을 감정의 과잉 없이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이희준은 이웃인지, 살인자인지, 감시자인지 모를 복잡한 인물 양식을 기괴하면서도 인간적으로 표현한다. 손석구는 능청스러운 형사 장난감 역으로 중심을 잡으며, 무게감 있는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두 번째는 심리극과 스릴러의 균형이다. 영화는 겉으로는 추리나 범죄 수사극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탕이라는 한 인물의 내면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과연 살인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멈출 수 있을 것인가? 양식은 그를 타락으로 이끄는 악마일까, 혹은 같은 부류의 공감자일까? 이러한 질문들이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마지막은 연출이다. 이원태 감독은 이전작 ‘범죄도시’ 시리즈와는 또 다른 결을 선보이며, 감정을 과도하게 몰아가는 방식이 아닌, 냉소와 침묵으로 무거운 주제를 풀어낸다. 고시원의 좁은 복도, 가로등 불빛에 드리운 실루엣, 의미심장한 침묵 등은 캐릭터들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준다.
감독의 메시지와 결말 해석
‘살인자ㅇ난감’은 단순히 범죄와 수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가 묻는 핵심 질문은 "죄는 행동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가?", "죄책감이 없다면 그것은 정말 죄인가?"에 가깝다. 이탕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음에도 사회적으로는 범죄자이고, 인간적으로는 위험한 존재다. 하지만 그는 본인이 그런 존재라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다. 이 영화는 도덕성, 감정, 법적 기준 사이의 모호한 간극을 통해 인간 심리를 깊이 파고든다.
결말에 이르러 이탕은 결국 자신을 스스로 규정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는 죄를 자각하지만, 감정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 안의 공허함과 양식이라는 존재의 의미는 열린 결말로 남겨지며,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양식은 실존 인물이지만, 관객에 따라서는 이탕의 또 다른 자아로도 느껴질 수 있는 상징성을 지닌 캐릭터다. 그가 실제 살인범인지, 혹은 이탕의 마음속 어두운 부분을 형상화한 인물인지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이런 모호함은 오히려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더 깊이 전달하는 장치다.
죄와 양심 사이, 묘하게 불편한 공감
‘살인자ㅇ난감’은 기존 한국 스릴러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유쾌하면서도 섬뜩하고, 웃기면서도 불편하며, 끝까지 인물의 도덕성을 단정하지 않는다. 누구나 마음속에 감추고 있는 ‘불편한 감정’과 ‘판단 보류된 윤리’를 들춰내는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물이 아닌 심리 드라마이자 사회적 질문을 담은 작품이다.
넷플릭스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 영화는, 가볍게 보려다 무겁게 남는 여운을 가진 작품이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질문을 남기며, '살인자ㅇ난감'이라는 제목이 주는 어색한 말장난 뒤에 꽤 깊은 철학이 숨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