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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리뷰, 영화 속 도시들의 상징

by AlphBlog 2025.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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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2020년 여름, 이정재와 황정민이라는 최고의 조합을 내세워 강렬한 액션과 감정을 동시에 선보인 복수극이다. 단순한 킬러 액션 영화로 보이지만, 이 작품은 공간을 통해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더욱 깊게 표현한다. 도쿄, 서울, 방콕이라는 세 도시를 무대로, 영화는 추격, 복수, 구원이라는 키워드를 서로 다른 색과 리듬으로 녹여낸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도시가 갖는 상징성과 함께 핵심 관전 포인트, 그리고 감독의 메시지를 살펴본다.

킬러의 마지막 임무와 쫓기는 남자

주인공 인남(황정민)은 오랜 세월 청부살인을 해 온 냉정한 킬러다. 은퇴 후 평범하게 살아가려던 그는, 자신이 과거 사랑했던 여인이 비참하게 살해되었고, 그의 딸로 밝혀진 어린 소녀가 태국에서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인남은 태국 방콕으로 향하고, 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에게 죽임을 당한 조직원 ‘윤종수’의 동생이자 잔인한 복수귀 레이(이정재)가 뒤를 쫓기 시작한다. 인남은 딸을 구하는 동시에, 레이의 복수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중적 위협 속에 놓이게 된다.

영화는 잔혹하면서도 세련된 액션 시퀀스와 함께, 부성애와 속죄, 복수와 파멸이라는 감정적 테마를 풀어간다. 인남은 어린 딸과의 재회를 위해, 그리고 더 이상 누군가를 죽이지 않기 위해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

관전 포인트 ① 도쿄 – 시작과 고립의 공간

영화는 도쿄에서 시작된다. 회색 톤의 차갑고 절제된 미장센 속에서 인남은 마지막 암살을 수행하고 은퇴를 결심한다. 도쿄는 인남의 과거와 냉혹한 킬러로서의 정체성을 상징하며, 고립된 인간으로서의 삶을 나타낸다.

이곳에서 인남은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누르고, 임무만을 수행하는 기계처럼 행동한다. 도쿄는 마치 그가 오랜 시간 머물러 온 죽음의 세계처럼 묘사된다. 이후 방콕으로 향하는 여정은, 이 차가운 공간에서 인간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암시하는 전환점이 된다.

관전 포인트 ② 방콕 – 생존과 감정의 폭발

방콕은 이 영화의 본무대이자, 인남과 레이의 감정이 폭발적으로 충돌하는 공간이다. 더운 기후, 복잡한 골목, 습하고 진한 색감은 인남의 내면에 억눌려 있던 감정과 죄책감, 절박함을 끌어올린다.

이곳에서 인남은 자신의 딸 유민을 구하기 위해 경찰, 갱단, 그리고 레이까지 수많은 적들과 마주하게 된다. 방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남의 속죄와 구원의 전장이자, 레이의 복수심이 극대화되는 무대로 기능한다.

특히 레이와의 칼부림, 총격전 등은 이질적인 외국 공간 속에서 한국적 정서를 강렬하게 드러내며, 감성적 액션이라는 새로운 지점을 개척한다.

관전 포인트 ③ 서울 – 뿌리와 회귀의 공간

영화의 중후반과 결말부에 다시 등장하는 서울은 인남과 레이의 과거가 뿌리내린 곳이다. 서울은 ‘출발점’이자 ‘되돌아가는 곳’으로, 각자의 과거와 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특히 레이는 서울에서 형 윤종수가 죽은 장례식장을 찾고, 인남은 과거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연인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서울은 육체적 전투의 공간이 아닌, 심리적 내면의 전장으로 기능하며 두 인물의 감정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영화는 세 도시를 통해 시간적 흐름과 감정의 단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도시의 색채와 구성이 인물의 심리 변화와 긴밀히 맞물린다.

속죄와 구원은 폭력 속에서도 가능할까

감독 홍원찬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통해 단순한 킬러 복수극을 넘어서 폭력과 구원, 죄와 책임에 대해 묻는다.
인남은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고, 그 결과로 딸을 잃을 위기에 처한 ‘속죄해야 할 인간’이다. 그러나 그는 딸을 위해, 마지막으로 사람을 구하려 한다.
반면 레이는 형의 복수를 위해 사람을 죽이지만, 그의 고통과 분노는 더 깊어진다. 둘 모두 잔혹한 길을 걷지만, 전혀 다른 결말에 도달한다.

홍원찬 감독은 이를 통해 "폭력은 폭력으로 끝나지 않으며, 인간은 선택에 따라 악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세 도시를 지나며 인남이 택한 길은 폭력 속에서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존엄과 사랑을 의미한다.

공간으로 말하는 감정의 액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단순한 총격과 복수의 이야기를 넘어, 공간이 인물의 감정과 운명을 말하는 영화다.
도쿄는 냉혹함, 방콕은 본능과 절박함, 서울은 회한과 뿌리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도시는 주인공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
홍원찬 감독은 세련된 미장센과 감각적인 액션으로, 한국 영화의 감성적 누아르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이 영화는 구원을 향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이야기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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