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밀수' 리뷰, 감독 류승완이 말하는 밀수의 진짜 이야기

by AlphBlog 2025. 3. 29.
반응형

영화 밀수 포스터

 

영화 『밀수』(2023)는 해녀들이 주축이 되어 벌어지는 범죄 세계를 다룬 색다른 해양 액션 드라마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유머와 장르적 완성도, 그리고 1970년대 한국 사회를 반영한 시대극적 색채가 어우러지며 큰 호평을 받았다. 단순히 밀수를 다룬 범죄영화가 아니라, 여성의 생존, 권력의 변화, 시대의 숨결을 담아낸 이 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본 리뷰에서는 줄거리 요약을 바탕으로, 영화의 핵심 관전 포인트와 감독이 말하고자 한 진짜 메시지를 풀어본다.

바닷속에서 살아남는 법

이야기의 배경은 1970년대 중후반, 한적한 해안 마을 ‘군천’이다.
초복(염정아)은 마을을 대표하는 해녀이자, 마을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리더 같은 존재다. 그녀의 오랜 친구 춘자(김혜수)는 과거 밀수 사건에 연루돼 마을을 떠났다가, 어느 날 다시 나타난다.

춘자는 초복에게 ‘물건’을 건지는 한탕 제안을 하며 다시 한 번 손을 잡자고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바다로 나서지만, 단순한 밀수가 아니라 권력자들의 이권 다툼과 음모 속에 휘말리게 된다.
두 여성을 중심으로, 해양경찰, 브로커, 지역 조폭, 상류층 인사들이 얽히고설킨 밀수 네트워크가 드러나며, 점점 더 위태로운 수면 아래로 빠져든다.

결국 영화는 ‘바다에서 물건을 건지는 행위’가 단순 생계 수단이 아닌, 생존과 욕망, 그리고 선택의 은유임을 보여준다.

관전 포인트 ① 여성 해녀들의 ‘케이퍼 무비’

『밀수』는 그간 남성 중심의 범죄·액션물과 확실히 결을 달리한다.
해녀라는 전통적 여성 노동 집단을 중심에 세우고, 이들이 ‘공모자’가 되는 구조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범죄극을 펼친다.

해녀 초복과 춘자는 도구를 들고 싸우기보다는, 바다에서의 경험, 인맥, 눈치, 그리고 끈끈한 동료애로 상황을 타개해 나간다.
물 속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장면들은 단순한 스펙터클이 아니라, 그들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기술과 감각의 결정체로 그려진다.

즉, 『밀수』는 여성 캐릭터를 ‘액션 히어로’로 소비하지 않고, 시대와 배경에 뿌리 내린 현실적 존재로 풀어낸 점에서 진일보한 여성 범죄극으로 평가된다.

관전 포인트 ② 70년대 시대극의 스타일과 정치적 맥락

류승완 감독은 『베를린』, 『모가디슈』 등에서도 시대와 정치를 반영한 장르 영화를 선보여왔다. 『밀수』에서도 1970년대 산업화·도시화의 그늘, 지방 소외, 권력의 이면 등을 섬세하게 배치한다.

마을의 바다는 더 이상 ‘생계의 바다’가 아니며, 권력자들에게는 ‘돈줄’이자 범죄의 루트로 전락한다.
그 속에서 해녀들은 생존을 위해 이용당하고 버려진다. 해양경찰과 정치 브로커의 유착, 지방 토호의 이권 개입 등은 지금 시대와 맞닿은 풍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의상, 분장, 배경 음악, 촬영 톤 등은 70년대 한국 영화의 질감을 복원하면서도 현대적 스타일링으로 재해석되어 몰입감을 더한다.

“누가 바다를 소유했는가?”

류승완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핵심 질문은
“바다를 지배하는 자는 누구인가?”라고 말했다.
이는 단지 해양 범죄의 주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의 공간이 어떻게 권력과 자본에 의해 지배당하는가에 대한 비판이다.

초복과 춘자는 바다에서 일하며 가족을 먹여 살린 ‘노동자’였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바다는 타인의 이권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 속에서 두 주인공은 단순한 희생자가 아닌,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싸우는 인물로 묘사된다.

류 감독은 “세상이 원하는 방식으로 순응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정의”라고 말한다.
『밀수』는 그래서 범죄영화지만, 결국은 주체적 여성 서사이자, 시대적 생존 드라마다.

바다 위의 욕망, 생존, 연대

『밀수』는 액션과 유머, 사회적 메시지를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류승완 감독은 장르의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기존에 없던 여성 중심 해양 범죄극을 완성했고,
이를 통해 노동, 권력, 여성, 시대라는 주제를 날카롭게 풀어냈다.
그 바다엔 밀수품만 떠다닌 것이 아니라, 생존하려는 사람들의 절박함과 연대가 함께 부유하고 있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