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승부' 리뷰, 이병헌X유아인, 승부의 진짜 매력

by AlphBlog 2025. 3. 30.
반응형

 

2025년 3월, 오랜 기다림 끝에 개봉한 영화 『승부』는 실존 바둑 기사인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사제 관계를 모티프로 한 실화 기반 드라마다.
스승과 제자가 라이벌로 맞서기까지의 서사, 인간과 인간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줄다리기, 그리고 ‘승부’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단순한 스포츠 드라마를 넘어선다.

특히 이병헌과 유아인이라는 두 배우의 만남은 그 자체로 큰 화제를 모았다. 유아인의 약물 논란 이후 개봉 여부가 불투명했던 작품이었지만, 편집 없이 개봉되며 완성도와 연기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이번 리뷰에서는 줄거리 요약과 핵심 관전 포인트, 감독의 메시지에 더해 왜 이 영화가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함께 짚어본다.

스승을 넘어야만 진짜 어른이 되는 바둑 한판

1980~90년대 한국 바둑계를 제패한 조훈현(이병헌). 그는 천재적인 바둑 소년 이창호(유아인)를 제자로 들인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돌을 놓는 이창호는 스승을 누구보다 닮은 동시에, 점점 그의 존재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아버지와 아들 같던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묘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존경이 경쟁이 되고, 기대가 질투가 되며, 스승과 제자는 결국 정면에서 마주 앉는다.

두 사람의 바둑 한 판은 단순한 대결을 넘어, 과거와 현재, 지켜야 할 것과 새로이 쟁취해야 할 것 사이에서
인간이 성장하는 방식, 그리고 감정을 정리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관전 포인트 ① 연기 대 연기, 이병헌 vs 유아인

이병헌은 냉철하고 자존심 강한 천재 기사 ‘조훈현’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
스스로는 흔들리지 않으려 하지만, 점차 제자에게 밀리고 있다는 불안과 고독, 그리고 자신이 세운 탑을 스스로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의 감정을 정제된 연기로 풀어낸다.

유아인은 극도로 절제된 내면 연기로 이창호를 표현한다.
말보다 눈빛과 손끝의 미세한 떨림으로, 무표정한 얼굴 뒤에 숨은 갈등, 승부욕, 그리고 외로움을 담아낸다.
이병헌과 유아인의 연기 충돌이 곧 영화의 모든 긴장과 밀도를 결정한다.

특히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단 한 수도 두지 않은 채,
30초간 침묵만 오가는 장면은 극의 정점을 이룬다.

관전 포인트 ② 조용한 스포츠, 그러나 가장 치열한 승부

바둑은 액션도 없고, 빠른 전개도 없다.
하지만 『승부』는 오히려 그 느림과 정적 속에 가장 인간적인 갈등과 긴장을 배치한다.
정적인 구도, 무채색 톤, 바둑돌이 부딪히는 소리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다.

바둑 한 수는 결국 사람 사이 관계의 수읽기, 감정의 예측이다.
누군가는 수를 잃고, 누군가는 자신을 잃는다.
그리고 영화는 이를 통해 말한다.
“진짜 승부는 밖에서가 아니라, 내 안에서 벌어진다.”

관전 포인트 ③ 유아인 논란에도 편집 없이 개봉된 이유

영화는 이미 2022년에 촬영을 마쳤으나, 2023년 유아인의 약물 투약 혐의가 밝혀지며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당시 영화계 안팎에서는 유아인 분량을 줄이거나, CG로 대체하거나, 아예 전면 재촬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제작사와 감독, 투자사 모두 "이 작품의 중심은 조훈현과 이창호의 ‘승부’이며, 둘 중 하나를 빼면 이야기의 핵심이 무너진다"는 이유로 편집을 거부했다.

감독 김형주는 "한 사람의 개인적 문제와 예술적 결과물은 분리되어야 한다"며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유아인의 연기를 그대로 남기기로 결정했고, 결국 『승부』는 2025년 3월, 원안 그대로 개봉되었다.

논란은 있었지만, 관객들은 극장에서 배우가 아닌 극 중 인물의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며 작품을 평가했고,
“유아인은 비판받을 수 있지만, 그의 연기엔 이유가 있다”는 평이 이어졌다.

“승자는 누구이며, 승부란 무엇인가”

김형주 감독은 『승부』를 단순히 바둑 영화나 실화 재현물로 만들지 않았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모든 인간은 인생에서 자신만의 승부를 겪는다”고 말한다.

스승과 제자, 권력과 도전, 과거와 미래… 영화는 이런 충돌과 순환을 통해
“지는 자도, 때론 이긴 자보다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인생의 역설을 그린다.

진정한 승부란 누구를 꺾느냐가 아니라, 어떤 감정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는 관객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조용히, 그러나 깊이 들어온 작품

『승부』는 자극적인 대사나 빠른 전개 없이도 두 시간 동안 관객의 눈과 마음을 붙잡는 영화다.
이병헌과 유아인의 연기는 흑백 바둑돌처럼 서로를 밀고 당기며 단단하고 조밀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유아인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연기와 영화의 순수성에 대한 신뢰로 완성되었고, 관객은 인물의 감정과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말한다.
“당신은 지금, 누구와 어떤 ‘승부’를 벌이고 있는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