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은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비밀작전을 다룬 첩보 액션 영화다. 전지현, 하정우, 이정재, 조진웅 등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하며, 최동훈 감독의 연출 아래 1930년대 경성과 상하이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한 작품이다. 이 리뷰에서는 《암살》이 어떻게 일제강점기 조선의 시대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는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1930년대 경성과 상하이, 살아 숨 쉬는 시대 공간
《암살》의 배경은 1933년. 조선이 일제에 강제로 병합된 지 20여 년이 지난 시점이다. 경성과 상하이, 두 지역을 오가며 펼쳐지는 암살 작전은 영화적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동시에, 그 시대 공간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강하게 전달한다.
경성은 총독부의 감시 아래 놓인 철저히 통제된 도시로 묘사된다. 고급 양장을 입은 친일파, 조선말을 쓰지 못하게 감시하는 헌병, 도심 곳곳에 설치된 일본어 간판 등은 시각적으로 일제의 지배를 보여준다. 반면, 상하이는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중심지였다. 국제 도시 특유의 혼란과 자유로움, 그리고 비밀리에 작전을 계획하는 독립군의 활기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최동훈 감독은 이 공간들을 단순한 배경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개와 인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이 경성에 잠입하는 장면은 도시의 폐쇄성과 감시 체계를 실감 나게 보여주고, 반대로 상하이에서의 만남은 독립군들의 이상과 자유를 느끼게 만든다.
이처럼 《암살》은 단순히 역사적 시대극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 그 자체를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활용하며 관객에게 일제강점기의 조선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카메라의 시선, 세트 디자인, 의상과 조명 등 모든 요소가 1930년대를 정밀하게 복원하며, 그 시대 조선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다양한 인물 속에 담긴 시대의 군상
《암살》은 인물 중심의 영화다. 그러나 각 인물은 단순히 주인공과 조연을 넘어, 그 시대를 살아간 다양한 조선인의 단면을 대표하는 존재로서 기능한다.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은 여성 독립군이자 저격수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전통적인 남성 중심의 독립운동 서사를 확장시킨다.
하정우가 맡은 ‘하와이 피스톨’은 돈을 받고 죽이는 킬러이지만, 결국 민족의 현실 앞에서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그는 조국보다는 생존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식민지 조선인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이정재가 맡은 염석진은 더 복잡하다. 그는 처음에는 독립군이었으나 변절하여 일본의 정보기관에서 활동한다. 그의 존재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무너진 인물, 그리고 친일파의 내면적 갈등과 변명을 상징한다.
이 외에도 조진웅, 최덕문 등 다수의 조연들이 각자의 서사를 지닌 채 등장하며,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복잡한 인간 군상을 통해 역사의 입체성을 보여준다. 모두가 '독립'이라는 대의 아래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각자의 선택과 생존 방식이 있었던 것이 이 영화의 설득력을 더하는 지점이다.
인물 간의 긴장감 넘치는 관계는 서사의 밀도를 높이고, 관객으로 하여금 한 시대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즉, 《암살》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인간들의 복잡함을 전면에 내세우며 몰입감을 제공한다.
상업성과 역사성의 절묘한 균형
《암살》은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이다. 그 성공의 핵심은 바로 역사적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극적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첩보 액션 장르로서의 재미는 시나리오의 탄탄함과 정교한 전개에서 비롯된다. 암살 대상자와 작전의 실패 가능성, 내부 배신자의 존재, 그리고 각 인물의 과거까지 맞물리며 이야기는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다. 그 속에서 시대적 배경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관객이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만든다.
특히 총격전, 변장, 잠입, 폭파 등의 스펙터클은 헐리우드식 첩보 영화의 문법을 한국의 역사적 현실과 절묘하게 접목시킨다. 이는 관객이 단순히 감동받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 사람들’의 고뇌와 용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감독은 특정 인물을 신격화하지 않고, 오히려 영웅과 배신자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역사와 인간 사이의 간극을 그려낸다. 이러한 연출은 영화가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드라마틱한 몰입을 유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 역사는 스펙터클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
《암살》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되,
그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인간의 얼굴을 조명한 영화다.
화려한 연출과 긴장감 있는 전개, 그리고 무엇보다
한 시대를 꿰뚫는 인물과 공간을 통해
조선의 아픔과 저항, 그리고 생존을 스크린 위에 되살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