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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리뷰, 인생영화를 찾는 애호가라면 꼭 봐야 할 작품

by AlphBlog 202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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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 포스터
영화 올드보이 포스터

 

올드보이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단순한 복수극인 줄 알고 봤는데, 보는 내내 심장이 조이고 손끝이 저렸다.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단순히 반전이 센 영화가 아니라, 감정과 죄책감, 사랑과 혐오 같은 감정이 얽히고설켜 터져 나오는, 감정적으로 매우 무거운 영화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차갑고 계산된 연출 안에서도 인물의 고통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고, 그 안에서 나 역시 보는 사람으로서 감정의 균형을 잃고 휘둘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다시 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만큼 이 영화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감정의 충격을 동반한 경험에 가까웠다.

영화 올드보이 줄거리 요약: 갇힌 건 육체가 아니라 시간과 죄였다

오대수라는 인물이 감금되는 장면은 충격적이기보단 황당하게 시작된다. 이유도 모르고, 설명도 없이, 그냥 납치되어 방에 갇힌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설정이야?’ 싶었는데, 점점 그 안에서 시간을 견디는 오대수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보여지면서, 나도 이상하게 몰입하게 됐다. 그는 15년 동안 그 방에 갇혀서 TV로 세상과 연결된 채 살아간다. 단지 그 공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무기력함이 전염되는 느낌이었고, 한편으론 나 역시 스스로를 감금하며 살아왔던 시간들이 떠올라 이상하게 불편했다. 그가 풀려난 후,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왜 갇혔는지 스스로 밝혀내라’는 과제를 받게 되고, 그때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과거 자신이 퍼뜨린 말 한마디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무너졌고, 그 결과로 복수를 당하게 된다는 설정은 충분히 납득이 됐고, 무엇보다 ‘말의 무게’라는 주제가 이후 내용 전체를 끌고 간다는 점에서 강하게 와닿았다.

명장면과 철학: 침묵과 혀, 망치와 말, 그리고 시간

누군가 내게 이 영화의 명장면이 뭐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이 언급하는 복도 망치신보다도 나는 오대수가 혀를 자르는 장면을 먼저 떠올릴 것 같다. 처음 봤을 땐 너무 충격적이었고, 눈을 제대로 뜨고 보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그 장면이 가진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이 단순한 실수나 오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파괴했다는 걸 깨달은 순간, 오대수는 자신의 말을 끊기 위해 스스로 혀를 자른다. 그건 단순한 속죄도 아니고, 처벌도 아니다. 그냥 그 말을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하기 위한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그 장면을 보며 나도 괜히 마음속에 남아 있는 누군가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렸고, 그런 말들이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생각하게 됐다. 복도에서 망치를 들고 싸우는 장면도 당연히 인상 깊지만, 그건 시각적으로 강렬했다면 이 장면은 정서적으로 오래 남았다. 말의 무게, 말의 책임. 그게 이 영화가 내게 준 가장 큰 메시지였다.

결말 해석: 기억을 지운다는 건 살아가기 위한 조건일까

결말에서 오대수가 기억을 지워달라고 하는 장면은 참 애매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회피 같았다.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 채 도망치는 모습처럼 보였고, 그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를 다시 보고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미도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감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기억을 없애겠다는 결심은 이기적인 동시에 굉장히 인간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도가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건 아닐까. 그리고 그가 기억을 지운 후 다시 미도와 마주하는 장면에서, 나는 처음으로 그에게 약간의 연민을 느꼈다. 오대수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고, 진실을 안 채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점이 그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그가 웃는 얼굴로 울고 있는 결말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머릿속에 남는다. 마냥 슬프지도, 그렇다고 단순한 구원이 되지도 않는 그 열린 결말은 내게 많은 여운을 남겼고, 보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한 점이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힘인 것 같다.

결론: 잊고 싶지 않지만 두 번 보기 힘든 영화

올드보이는 ‘좋은 영화’라기보단 ‘기억에 남는 영화’다. 재밌었다고 하기엔 너무 무겁고, 감동적이었다고 하기엔 감정적으로 너무 복잡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 영화를 언급할 때면 감정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걸 보면, 확실히 내게 중요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말의 책임, 기억의 무게, 사랑의 조건 같은 테마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영화는 그것을 과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인물의 행동과 표정, 침묵을 통해 조용히 전달한다. 그리고 그게 더 오래 남는다. 내가 인생영화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은 몇 되지 않는데, 올드보이는 그중 하나다. 두 번 보기 쉽지 않지만, 한 번 본 이상 절대 잊을 수 없는 영화. 누군가 나에게 “가장 인간적인 영화 한 편만 추천해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영화를 꺼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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